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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창연>, 강화도를 모티프로 전통음악과 협업

Photographer Bhang 2024. 10. 22. 11:08

2024년 10월 22일 19:30 @ 인천 동구문화체육센터 공연장/ 전통음악집단 샛 <고색창연>

 

<고색창연> -- 전통음악집단 샛

2024년 10월 22일 (화) 19:30 @ 인천 동구문화체육센터 공연장


 

10월 22일 인천 동구문화체육센터 공연장에서 ‘전통음악집단 샛‘과의 무대 협업 <고색창연>을 위한 사진 작업을 마무리하기 전에 쿠로사와 아키라(黒澤 明) 감독의 <꿈(夢)>(1990)을 다시 보았다. 강화의 사진들을 촬영하기 위해 산속을 돌아다니다 보면 늦은 오후 햇살이 옆으로 누울 때 통로의 밝음과 대비되어 어두운 산쪽을 바라볼 때 묘한 느낌이 있다. 단순히 해가 넘어가며 어둡다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좀 다른 세상 같다는 느낌이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나 일본에는 이런 느낌에서 비롯된 전설이나 이야기들이 많다. 오가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막바지 정말 쓸 사진들을 정리하기 전에 <꿈>을 보며 생각 덜어내기를 끝내고 나니 많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 나왔다. 

7m x 3m 비율로 설치되는 LED 패널이 무대에 설치되면, 이렇게 작업된 사진 작품들이 전통음악의 울림과 더불어 무대에 떠오를 것이다.

전통음악집단 '샛'과 함께 무대 작품으로 올리는 <고색창연>은 강화도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무대예술 협업의 기억들

내 사진들이 공연 작품과 협업을 하는 작업은 나름 10년전부터 해오던 작업이다. 2014년, '뮤직그룹 세움'의 공연에서 나의 사진연작 <고요 silence> 의 주요 작품들이 사용되었다. 아이러니(?)이지만, 그 사진들은 팔리긴 했어도(!) 독자적으로 전시를 가진 적은 없다.

이후 사진이 쓰인 공연들이 종종 있지만 협업이라고 하기에는 나의 참여 정도가 미미하다. 그러다가 2021년 코로나로 답답한 시기를 보낼 때 갤러리 시소 CISO 에서 개인전을 갖게 되었다. 전시를 보러 왔던 가야금 연주자 이준 선생(현 뮤직그룹 세움 대표)이 작품을 보고 협업을 제안했다. 공연과의 본격적인 인연도 이 팀과 시작했던터라 나는 매우 기쁘게 동의했다.

2022년 11월 22일 @ 인천 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열린 <물의 감각>(뮤직그룹 세움, 미디어아티스트 이민정, 사진작가 방영문)

<응시> 30점이 공연작품과 협업한 것이 <물의 감각>이다. 그리고 그때(2021년 여름) 뮤지션들이 보았던 나의 전시는 <응시 contemplative contemplation>다. 2021년 시솽반나 국제사진페스티벌에 초대되어 전시할 때는 30점 구성이었는데, 지금은 14점으로 정리되었다. 
이 작품들은 인천 아트플랫폼 공연장에서 열린 <물의 감각>(뮤직그룹 세움) 공연 그리고 2023년에는 국립극장에서 열린 <여우락(樂) 페스티벌>(뮤직그룹 세움 & 더 튠) 공연과 협업했다. <물의 감각>은 미디어아티스트 이민정 작가의 재해석이 가미되어 상당히 다이내믹한 시각화가 이루어졌다. 이민정 작가와는 이야기가 잘 통해 지금도 만나면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눈다.

2023년에는 <응시>로 갤러리 시소(경기), 고성 평화지역아트센터 갤러리(강원), 동인천 아트큐브(인천) 등에서 개인전(초대전)을 가졌다. <응시>는 감각과 개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나의 소견(所見, my impression)을 표현한 작품이다. 데이비드 앤서니, 알렉산더 윈, 제프리 새뮤얼과 같은 영미권 학자들, 이중표, 강성용 같은 우리나라 학자들의 연구를 나름대로 공부해 반영하고자 했다. 레퍼런스가 완전히 다른 덕분에 지금도 사진계와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ㅎㅎㅎ

2023년에는 <판단중지>(아모르파티), <BBAF>(부평, 부천 문화재단) 등 단체전을 하기도 하였는데, 2024년에는 작업은 많았어도 전시를 가질 기회가 없었다. 작품이 어딘가에 '똭!' 노출 되는 것은 오늘 저녁 <고색창연> 뿐이다. 

강화도의 역사를 모티프로 한다고 하지만 나 또한 '역사'라는 것에 나름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소통이 진통이 될까 염려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정리되었다. <초한가>에는 “천명귀어한왕(天命歸於漢王)”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공자는 50대에 접어드는 자신의 나이를 말할 때 “천명(天命)”을 알게되었다고 말한다.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즐겼을 노래라면 “천명(天命)”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듯 싶다. 전통음악과의 협업이다보니, 내 충분하지 않을 앎의 범위 안에서 생각해보면 '성리학' 전통의 관점이 많이 반영되었다. 

이제는 '시대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면 “천명(天命)”을 거스르는 형국이 된다. 과거에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들을 어떤 논거를 바탕으로 주장하는 식의 이념 논쟁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그런 행위 자체가 퇴진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문명이 관념이 아니라 사실도 같이 보아야 하는 것이고, 기록 만큼이나 감각적 해석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과거 어느 때에는 감각이나 주관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의 균형에서 '알 수 있는 것들'이 나온다는 사실을 이해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어도 매우 중요한 앎이다. 

나는 관념적 '진리'를 달리 말하면 '광기'라고 본다.
우리는 알고, 느끼고, 다시 알고, 다시 느낀다.
이 과정은 끝나지 않고, 우리는 한순간도 '진리' 같은 것을 쥘 수 없다.
수정될 수 없는 절대성을 확립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라 광기다.
진리는 움직이기 때문에 말에 담기지 않는다.

이렇게 또 다음 작업이 시작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