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AI시대에 예술하기

인공지능 AI 시대 예술하기 - part #8: 인공 그림자의 향연 - 생성형 모델과 지식의 위계

Photographer Bhang 2025. 3. 31. 16:51

인간은 스스로 사유하고 창조하는 고독 대신, 손쉬운 만족과 흥미를 좇는 소비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피상적인 이미지들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으로 이어질 가능성 조차 있다는 위험을 내포한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필연적으로 지식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스스로의 힘으로 사유하고 탐구하는 이들과, 피상적 환상을 소비하며 만족하는 무리들로 점차 갈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ChatGPT를 활용한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은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가히 광적이다. 수많은 사용자들은 자신의 사진이나 인터넷 밈을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의 독특한 화풍으로 변환하며 열광했다. 심지어 유명 인사와 브랜드까지 이 유행에 동참하여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모습은 창조적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즉각적 만족에 대한 인간의 취향을 반영한다. 이러한 현상은 OpenAI의 GPT-4o 모델 업데이트를 통해 더욱 가속화되었는데, 이 모델은 무료 사용자에게도 이미지 업로드 및 생성이 가능하도록 하여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손쉬운 접근성은 개인이 예술적 기술이나 노력 없이도 원하는 스타일의 이미지를 즉시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창작의 본질적인 가치와 과정을 경시하는 태도를 부추길 수 있다. 기업들의 참여는 이러한 피상적인 유행을 더욱 부추기고, 사회 전체가 깊이 있는 사고보다는 즉각적 소비에 집중하는 현상을 심화시킨다. 불타오르는 듯하지만 금세 사그라드는, 깊이 있는 문화적 의미나 지속적인 가치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AI 이미지 생성 모델이 저작권이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독창적인 예술 작품에 대한 존중과 창작자의 권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손쉽게 모방된 스타일이 마치 자신의 창작물인 양 소비되는 현실은, 예술가들의 노력과 가치를 폄하하는 행위와 다르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AI 기반의 이러한 모방은 창조 정신의 퇴행으로, 더 나아가면 스스로 하는 사고의 퇴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준에 예민하고, 토대주의적 광기에 집착하는 한국사회는 어떠한가?

 

창조성의 위축과 비판적 사고의 쇠퇴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생산의 용이성은 개인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비판적 사고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인간의 감정, 개성, 그리고 예술 작품에 담기는 깊이를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AI는 정해진 규칙과 패턴 내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새로운 시도나 창의적인 위험 감수를 통한 예술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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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가진 사람들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평가할 때 비판적 사고를 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Critical Thinking: Self-Reported Reductions in Cognitive Effort and Confidence Effects From a Survey of Knowledge Workers - Microsoft Research:

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Critical Thinking: Self-Reported Reductions in Cognitive Effort and Confidence Effects From a Sur

The rise of Generative AI (GenAI) in knowledge workflows raises questions about its impact on critical thinking skills and practices. We survey 319 knowledge workers to investigate 1) when and how they perceive the enaction of critical thinking when using

www.microsoft.com

즉, AI가 제시하는 결과물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검증하려는 노력을 덜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는 정보 수집과 문제 해결에 필요한 능동적인 사고 과정이 AI 활용에 익숙해짐에 따라 점차 위축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데, 사고의 노력이 정보 확인 및 AI 응답 통합으로 전환됨으로써, 인간은 지식 습득 과정에서 더욱 수동적인 역할을 맡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2] 

AI를 통해 예술 작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개인이 자신의 창의적인 능력을 개발하고 예술 창작의 어려움과 그로부터 얻는 깊은 만족감을 경험할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한 상태에서 그 한계가 명확한 한 인간에게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극복과 노력이 필수적이다. AI에 의존하여 얻는 손쉬운 결과물은 이러한 자기 극복의 기회박탈하고, 인간을 나약하고 안일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이는 단순히 어떤 직업, 직군이 살아남고, 산업 동향이 어떻게 변하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문제다.
또한, 비판적 사고 능력의 저하는 복잡한 세상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역량을 약화시킨다. 맹목적인 믿음이나 권위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개인의 지적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외부의 영향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깊이 없는 지식 습득과 피상적인 이해

이러한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행태는 깊이 있는 지식 습득과 피상적인 이해 사이의 간극을 벌릴 수 있다. AI 도구의 빈번한 사용은 인지적 부담을 외부로 전가시키는 현상을 통해 비판적 사고 능력과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깊고 성찰적인 사고 과정에 대한 참여를 줄여, 학습의 깊이를 저해할 수 있다. 학습 환경에서 AI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인간적인 연결, 개인화된 상호작용, 그리고 대인 관계 기술 발달의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하고 있다.
AI가 학습이나 지적 생산을 보조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하지만, 피상적인 정보 습득에 머무르고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지적 성장을 위해서는 능동적인 참여와 끊임없는 질문,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인데, AI가 제공하는 편리한 정보는 이러한 능동적인 학습 과정을 방해하고, 지식의 깊이를 얕게 만들 수 있다는 위험을 수반한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지녀야 할 것이다.
AI 모델이 스스로 생성한 콘텐츠로 학습하는 ‘모델 붕괴’의 위험성은 지식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만약 AI가 생성한 오류나 편향이 담긴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콘텐츠를 생성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진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의 습득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지식의 위계 심화와 사회적 양극화

스스로의 힘으로 사유하고 탐구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남이 만들어 놓은 환상을 소비하며 만족하는 무리만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AI가 화이트칼라 직업과 인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에서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AI 기술이 경제적, 디지털적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특히, 기술 접근성과 활용 능력에서의 격차를 의미하는 디지털 격차는 AI 시대에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생성형 AI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AI가 제공하는 손쉬운 정보 습득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깊이 있는 학습과 탐구를 멀리하게 되고, 이는 지식 수준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귀족’과 ‘평민’을 구분하며 능력과 자기 극복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를 강조했는데, AI 시대의 지식 격차는 새로운 형태의 지적 계층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술 의존과 인간 주체성의 약화

기술에 대한 철학적 관점은 기술을 중립적인 도구로 보는 도구주의부터 기술이 사회를 결정한다고 보는 결정론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생성형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개인의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떠올리도록 만든다. 인공지능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면서,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인지적 작업과 창의적인 활동을 기계에 아웃소싱하는 데 익숙해지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창조하는 능력은 점차 퇴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개인의 자율성과 자기 신뢰의 약화로 이어진다.
기술 중립성 주장에 반박하는 철학자들은 기술이 인간의 행동과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생성형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의 사고방식과 창작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의 자율성은 서서히 잠식될 수 있다. 니체는 외부의 힘에 의해 통제되거나 조종당하는 것을 경계했는데, AI 시스템이 내재적인 편향성이나 의도를 가지고 설계된다면, 광범위한 사용은 사회적 통제의 미묘한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
AI 시스템의 복잡성 증가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책임 격차’의 가능성은 기술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개인의 주체성을 더욱 위협한다. AI의 작동 방식과 그 결과에 대한 인간의 완전한 이해나 통제가 어렵다면, 우리는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한 기술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삶과 사회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인간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인간

생성형 AI의 소비 지향적인 사용은 인간의 나약함과 안일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손쉬운 소비와 피상적인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행태는 창의적인 노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의 저하, 깊이 없는 지식 습득, 지식 격차 심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 주체성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가치를 창조하고 삶의 주인이 되는 인간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도구는 현명하게 사용하는 자에게는 강력한 힘이 되겠지만, 피상적인 흥미만을 좇는 자에게는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간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