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 恒常性, homeostasis 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는 '물'의 상징성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이라는 관점에서 비슈누의 대양과 고대근동의 설화들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인도 전승의 맥락에서 보면 ‘비슈누의 대양'은 ‘우유의 바다'로 표현되며 이것은 우주대양(the cosmic ocean)의 소용돌이에서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휘젓기’ 즉, 소용돌이는 데바들과 아수라들로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데바들과 아수라들이 일으키는 ‘휘젓기'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우주 전반에 적용되는 보편적 운동성의 근간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여기에서는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 그리고 극한 독극물과 영생을 보장하는 감로(甘露, amṛta)가 나타나기도 한다.
고대근동의 ‘창조'서사는 수많은 문헌들이 존재하지만 오늘날까지 그 인식의 토대가 되는 것은 바빌론의 <에누마 엘리시>와 이스라엘의 <창세기>가 있을 것이다. 학자들마다 두 문헌을 메소포타미야계와 아브라함계로 전승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이들 두 문헌에서 등장하는 공통점은 태초의 물은 혼돈(에누마 엘리시)이나 미현현(창세기)를 상징하고 있으며, 물이 창조와 질서의 근간을 세우는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은 자기규율(自己規律, self-regulating)의 원리로 안정성을 유지하고 계(system)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과 관계된다. 비슈누의 대양과 고대근동의 창조서사를 비교해볼 때 우리는 몇 가지를 통해 이러한 ‘항상성'을 중심에 두고 생각해 볼 수 있다.
- 우주적 균형과 재생의 상징
- 비슈누의 대양은 대극적(polarity) 관계에서 우주적 균형의 중심으로 상징된다. 데바들과 아수라들은 이 대양을 휘저어 소용돌이를 일으키는데 동참하며 이 소용돌이로부터 많은 것들을 탄생시킨다.
- 이러한 과정 전반 또한 윤회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는 재생의 순환고리로 연관지어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항상성이 평형상태를 유지한다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 창조의 상징
- <에누마 엘리시>에서는 태고의 물을 통해 ‘창조'이전의 가능성, 잠재성 그리고 혼돈의 모습을 표현한다. 바빌론의 주신 ‘마르둑'은 이 혼돈의 물 ‘티아맛'에 대해 승리를 거두고 우주적 질서를 세워 안정과 균형을 도모한다.
- <창세기>는 ‘야훼'의 영이 태고의 물 위에서 움직였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물들이 나뉘고 하늘과 땅으로 상징되는 균형과 질서잡힌 세계가 표현된다.
- 창조와 붕괴의 순환
- ‘비슈누의 대양' 맥락에서 본다면, 그 대양을 휘저어 많은 것들이 그 소용돌이로부터 나타난다는 것은 역시 창조와 붕괴를 상징하며, 여기에는 생명의 영약과 죽음의 독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강조된다. 이러한 순환은 주기적인 변화를 통해 세계를 지탱하는 균형을 항상성을 통해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재생과 변화
- 이들 모든 서사에서 ‘물'은 변화 그리고 재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 이는 ‘항상성'이 변화하는 상태들을 수용하며 그 균형을 유지하는 원리와 유사한 ‘물'이라는 상징을 통해 평형 상태의 유지를 위해 변화하는 자연의 순환적 존재 원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비슈누의 대양과 고대근동 창조서사들은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이라는 개념과 일치하는 지점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들은 우주적 균형, 창조와 붕괴, 재생의 순환 그리고 자기규율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우주적 질서를 상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