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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기계 시대의 전쟁(War in the Age of Intelligent Machines) - 마누엘 데 란다(Manuel DeLanda)
역사를 인간의 정치적 의지나 영웅적 서사의 합으로 파악하는 관점은 비선형적으로 요동치는 기술적 실재 앞에서 그 수명을 다했다. 마누엘 데 란다(Manuel de Landa)가 그의 저서에서 상정한 '로봇 역사학자'의 시각에서 볼 때, 인류는 전쟁의 주권적 주체가 아니라 기계적 계통(Machinic Phylum)의 진화를 돕는 '수분 매개자(Pollinators)'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2026년 현재 중동에서 전개되는 유혈 사태는 단순한 지정학적 갈등이나 정치적 문제만을 생각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은 1494년의 '결정론적 고체 상태'의 질서가 무너지고, 기술적 포식 능력이 극도로 고도화된 새로운 질서로 이행하는 일종의 '상전이(Phase Tran..
2026.03.13 12:40 -
사주는 없다
사주는 말하자면 평평한 지구 이론 같은 것이다.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은 개인의 출생 연월일시(年月日時)를 네 개의 기둥(四柱)으로 삼아, 각 기둥에 10천간(天干)과 12지지(地支)를 조합한 간지(干支)를 부여하여 총 여덟 글자(八字)를 세운다. 이 여덟 글자에 담긴 음양오행(陰陽五行: 木, 火, 土, 金, 水)의 상생(相生)과 상극(相剋) 관계 분석을 통해 한 인간의 타고난 기질, 평생의 길흉화복, 그리고 운명의 흐름을 예측하고자 하는 동아시아의 예측 시스템이다.그 근간에는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그 시공간에 가득 찬 우주의 기(氣)를 부여받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즉, 사주팔자는 특정 순간의 우주적 에너지를 문자로 코드화한 ‘천명(天命)의 설계도’로 여겨진다. 사주명리학은 점술을 넘어 ‘자연과학..
2025.07.28 15:59 -
보편중력(普遍重力)과 만유인력(萬有引力)
인류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권 속에서 살아가지만, 우주의 전체성을 지칭하거나 만물의 보편적 성질을 묘사할 때 유사한 표현과 개념적 틀을 공유하곤 한다. 한 개념의 지성사를 추적하는 데 있어 그 어원은 단지 언어학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그 개념이 태동할 때부터 품고 있었던 사상적 청사진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Universal'의 어원은 라틴어 'universum'에서 비롯되었으며, 이 단어의 구조 자체가 서구적 사유의 특징적인 경향, 즉 다양성을 통일성으로 환원하려는 지향을 명확히 보여준다.'Universum'은 '하나'를 의미하는 'unus'와 '돌다', '향하다', '바꾸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vertere'의 과거분사형인 'versus'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그 문..
2025.07.16 17:01 -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즉,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는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문장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마태복음 6장에 기록된 주기도문으로 이는 단순한 기도의 모범을 넘어, 의도적으로 설계된 '신학적 교정 장치(theological corrective)'이자 '신앙 교육의 틀(didactic framework)'로 동작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심한 경우 암송에 심취해 주문(呪文, incantation) 마냥 읊어대는 경우마저 많다. 여기에서 더 어그러진 것은 (특히나) 우리 사회에 가득한 ‘청구 행위’와 기도를 혼동하는 행위다. 신에게 청구서를 발행하듯, 자신의 요구 사항들을 쏟아내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당당함을 ..
2025.06.26 16:23 -
불가지와 인지의 경계에서 놀이하는 수학
우리의 눈은 세상을 얼마나 보는가. 우리는 나무를 보고, 별을 보고,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을 본다. 한편 우리의 감각은 가시광선의 좁은 띠에 갇혀 있고, 우리의 직관은 일상의 스케일을 벗어나면 속수무책으로 길을 잃는다. 우리가 ‘본다’고 믿는 것은 사실 존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접근을 한 번 해보자: ‘인간의 의식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 사이에 있는 일종의 중간적 사태다.’ 하나는 언어로는 담기지 않는, 더 정확히는 언어의 촘촘한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듯한, 연속적이고 직관적인 어떤 세계다. 미묘한 색조 변화와 같은 스펙트럼적 접근, 피부를 스치는 감촉, 선율의 흐름이 자아내는 지극히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정서적 반응들, 불현듯 떠오르는 영감처럼, 경계가 모호한 어떤 질적인 경험의 영역이다. ..
2025.06.09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