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은 100℃에서 끓는가? - 안다는 것에 관하여
일반적인 교육과정에서 우리는 물이 100℃에 끓는다는 특정한 결과를 주입받는다. 지구의 공/자전에 대한 무비판적 주입식 교육과 더불어 이 또한 매우 주의깊게 다루어야 할 주제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대부분은 물이 100℃에 끓는다는 무비판적 수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의구심 자체를 갖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오늘날 현대문명이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의 저변에 있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문제의 실체는 우리가 “아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하고 있으면서 안다고 믿는 것”이다. 장하석 교수의 저서 『Inventing Temperature: Measurement and Scientific Progress』에는 역사적, 철학적 맥락을 바탕으로 섭씨 온도계가 현재와 같은 형태로 합의되는 ..
2025.04.08 16:50 -
인공지능 AI 시대 예술하기 - part #9: 안다는 것에 관하여
우리는 과학과 기술이 만들어낸 장치들 속에서 살고 있다. 매일같이 우리는 스마트폰, 인공지능, 검색 알고리즘, GPS, 디지털 사진, 스트리밍 시스템과 같은 기술 장치들을 조작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 정보도 얻고, 감정도 표현하고, 정체성도 형성한다. 그러나 그 모든 조작이 진정한 이해를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는 오늘날 너무나 많은 것들을 설명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지구는 태양을 돈다", "AI는 패턴을 분석해 결과를 출력한다", "DNA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다" —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지만, 그 원리와 역사, 그 개념이 작동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우리는 과학적 지식을 일종의 '지적 장치'로 다루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빌렘 플루서(Vilém Flusser)가 강..
2025.04.06 13:08 -
세계 사운드스케이프 프로젝트와 R. 머레이 쉐퍼(R. Murray Schafer)
캐나다의 작곡가, 음악 교육자, 그리고 음향 생태학자 R. 머레이 쉐퍼(R. Murray Schafer, 1933-2021)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라는 용어를 대중화하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이끌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청각적 환경 전체, 즉 '우리의 음향 환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운드스케이프를 정의했는데, 이는 단순히 소리의 물리적 속성을 넘어, 인간이 맥락 속에서 소리 환경을 어떻게 인지하고 이해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의 연구는 음악학, 음향 생태학, 도시 계획,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우리가 주변 소리에 대해 더 주의 깊게 듣고, 분석하며, 그 가치를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항목R. 머레이 쉐퍼 (음향 생태학)핵심 정의인간이 살아가는 실제 음..
2025.04.03 11:03 -
인공지능 AI 시대 예술하기 - part #8: 인공 그림자의 향연 - 생성형 모델과 지식의 위계
인간은 스스로 사유하고 창조하는 고독 대신, 손쉬운 만족과 흥미를 좇는 소비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피상적인 이미지들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으로 이어질 가능성 조차 있다는 위험을 내포한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필연적으로 지식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스스로의 힘으로 사유하고 탐구하는 이들과, 피상적 환상을 소비하며 만족하는 무리들로 점차 갈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ChatGPT를 활용한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은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가히 광적이다. 수많은 사용자들은 자신의 사진이나 인터넷 밈을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의 독특한 화풍으로 변환하며 열광했다. 심지어 유명 인사와 브랜드까지 이 유행에 동참하여 소셜 미디어를 통해..
2025.03.31 16:51 -
앰비언트 시너지: 로버트 프립(Robert Fripp) 그리고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기타리스트 로버트 프립(Robert Fripp)과 사운드 개념주의자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협업은 실험적인 앰비언트 음악 발전에 있어 매우 결정적인 순간을 상징한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킹 크림슨(King Crimson, progressive rock band, 1968 London)의 로버트 프립은 구조적인 접근 방식을 가져왔으며, 1971년 신디사이저 연주자로 록시 뮤직(Roxy Music)에 합류했던 브라이언 이노는 예술 학교에서의 실험과 사운드 질감에 대한 매료에 뿌리를 둔 개념적이고 분위기 중심적인 관점을 제공하며 앰비언트 음악의 선구자가 되었다. Collaborations:이들의 파트너십은 1972년 이노가 프립에게 자신의 테이프 딜레이 피드백 시스템 실험을 소개하면서 시작되었다..
2025.03.29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