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작곡가, 음악 교육자, 그리고 음향 생태학자 R. 머레이 쉐퍼(R. Murray Schafer, 1933-2021)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라는 용어를 대중화하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이끌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청각적 환경 전체, 즉 '우리의 음향 환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운드스케이프를 정의했는데, 이는 단순히 소리의 물리적 속성을 넘어, 인간이 맥락 속에서 소리 환경을 어떻게 인지하고 이해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의 연구는 음악학, 음향 생태학, 도시 계획,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우리가 주변 소리에 대해 더 주의 깊게 듣고, 분석하며, 그 가치를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항목 | R. 머레이 쉐퍼 (음향 생태학) |
핵심 정의 | 인간이 살아가는 실제 음향 환경 전반 |
초점 | 청각 생태학, 사회·환경적 인식 |
기조음 (Keynote Sounds) | 무의식적 배경 소리 (자연, 도시 소음) |
음향 신호 (Sound Signals) | 명확한 경고·의사소통 소리 (사이렌 등) |
음향 표지 (Soundmarks) | 지역 정체성의 고유 음향 (교회 종소리 등) |
Hi-Fi / Lo-Fi | 신호 대 잡음비에 따른 음향 명료도 구분 |
시간성 인식 | 현재의 소리를 생태적으로 포착 |
공간성 인식 | 음원의 위치, 거리감, 원근감 |
예술관 | 사회·생태적 청각 감수성 함양 |
청취자 역할 | 소리를 인식하고 환경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존재 |
기조음은 특정 환경의 특징을 이루는 배경 소리로서, 흔히 무의식적으로 인지되는 소리들이다. 이는 음악의 조성과 같이, 사운드스케이프의 기본적인 분위기를 설정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 환경, 이를테면 바람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 곤충 소리, 동물 소리 등 지리적, 기후적 특성에 의해 발생하는 소리, 해안 지역의 바다 소리, 시골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등이 기조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시 환경의 소리들 교통 소음, 냉장고 소리, 에어컨 소리 등 현대 사회의 일상적인 소리. 특히 도시에서는 교통 소음이 지배적인 기조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는 소리 환경 자체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역시나 현대 예술을 이해하는데 혹은 설계하거나 접근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것 하나는 '재인식'이라는 프로세스에 있음을 이러한 작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음향 신호는 기조음보다 더 뚜렷하게 들리는 전경 속의 소리들로, 종종 의사소통 기능을 수행한다. 사이렌, 경적, 벨 소리 등 위험이나 주의를 알리는 경고음, 경찰차나 구급차의 사이렌, 자동차 경적 등을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의사소통의 방법을 위해 기차나 배의 기적, 전화벨 소리 등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리를 활용할 수 있다.
음향 표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생각할 때 '특정 지역', 혹은 '해당 지역'의 고유하고 문화적으로 중요한 소리가 되는데,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정의하며 보존할 가치가 있는 음향적 랜드마크로 간주된다. 단어의 형태를 통해 알 수 있듯, 랜드마크(landmark)라는 표현의 변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상징을 특정하자면 아무래도 그 지역, 도시의 독특한 소리, 전통 악기 소리, 지역 축제 소리 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인식하고 찾아내는 것이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자의 역량과 직결된다는 점은 말 할 것도 없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쉐퍼는 음향 환경을 신호 대 잡음비에 따라 Hi-Fi와 Lo-Fi로 구분했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Hi-Fi 사운드스케이프는 주변 소음 수준이 낮아 개별 소리가 명확하게 들리고 원근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하는데, 특별히 차로의 사용 빈도가 높지 않은 교외, 농촌 지역, 밤 시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Lo-Fi 사운드스케이프는 과도한 소음으로 인해 개별 소리가 가려지고 원근감을 잃게 되는 환경을 떠올릴 수 있는데, 오늘날의 대도시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소리 환경을 개념화하여 그 구분을 두어보면 그 나름대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진다.
쉐퍼는 1960년대 후반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에서 세계 사운드스케이프 프로젝트(WSP)를 설립하여 음향 생태학 연구를 주도했다. WSP는 밴쿠버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음향 환경을 기록하고 연구했으며, 소음 공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건강하고 쾌적한 음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음향 디자인(Acoustic Design)' 개념을 제시했다. WSP의 목표는 음향 환경의 사회적, 심리적, 미적 질을 개선하기 위한 원칙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WSP는 밴쿠버 사운드스케이프 연구를 시작으로 유럽 5개 마을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심층적으로 조사하는 등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여러 출판물과 음향 기록물로 남아 있다.
R. 머레이 쉐퍼의 사운드스케이프 이론은 우리가 주변의 소리를 단순히 소음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문화, 그리고 인간의 경험을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도록 했다. 음향 생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했으며, 음악, 건축, 도시 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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