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Vajrachedika-prajnaparamita-sutra>의 이름은 구마라집의 번역인 <금강반야바라밀경 金剛般若波羅密經>을 줄여서 금강경 혹은 금강반야경이라고 부른 것이다. 한반도에 전해진 것은 신라 진흥왕 때로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신라시대 원효 대사의 저술이 존재하는 것을 통해 이 시점을 근거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이것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도 이루어졌다.
한국 불교의 종파적 특성, 조선 시대의 유교의 이념적 경직성에도 불구하고 이 경전이 오늘날까지 시대를 관통하며 전례될 수 있었던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읽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감화를 주는 경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禪 Zen)에서 얽히고 섥힌 선사들의 대화를 갈등(葛藤)이라 하듯이,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개념의 기원을 찾아가는 또한 갈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통 속에는 언어라는 도구의 한계성을 고려한 갈등이 있었다면, 내가 선택한 일련의 작업 과정들은 언어 자체를 풀어보는 갈등 속에 그 표현은 언어적이지 않은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라도 결국 최종 진리에는 이를 수 없다. 붓다 자신도 가르침에 있어서는 "있다고도, 또한 없다고도" 가르친 것이 매우 많다.
내가 알고 있는, 주요한 종교들의 개념들을 해체하는 작업은 그 종교들을 향해 윽박지르거나, 그것이 틀려먹었다는 지적질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진정으로 도덕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이란 상벌제도적 사고방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출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각 종교의 수많은 가르침들은 우리에게 더 인간다운 삶을 가르쳐 줄 것이며, 더 나은 자신이 되도록 힘쓰게 해준다. 그리고 그러한 종교들에 대한 더 깊은 이해는 종교를 가장한 '탄압'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되어준다.
영역권에서는 이 표현의 어원을 빌어 금강경 자체를 'Diamond Sutra'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과거 도올 김용옥 교수가 대중강연을 통해 이것은 "벼락경"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설명을 한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금강(金剛)이라고 하면 diamond를 생각하게 되지만 어원적으로 본다면 "벼락"에 더 적절한 의미다. 금강은 인도 내에서도 굉장히 후대에 성립한 표현일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비교적 최근에 아스코 파폴라(Asko Papola) 교수의 저서를 통해 이러한 연구를 접하게 되었다. 그의 책은 매우 구체적으로 데이비드 앤서니와의 견해차이도 언급하고 있고, '힌두이즘의 뿌리를 찾는' 목적성을 가진 저술이기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게 읽힌다. 데이비드 앤서니 교수의 <말, 바퀴, 언어>는 광범위한 PIE 에 관해 다루기 때문에 양도 많고 집중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코 파폴라 교수의 책이 쉽게 읽히는 것은 <말, 바퀴, 언어>라는 방대한 저술을 통해 초기 인도유럽어(Proto-Indo-European language)와 관련한 역사를 어느 정도 익혔기 때문일 것이다.
아소카 파폴라는 인드라의 명칭이 원시-우랄어족의 기후의 신으로 천둥과 하늘을 의미하는 *Ilmar/ *Inmar 에서 왔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대 핀족의 서사시에서 전쟁의 주된 영웅들 가운데 한 명인 일마리넨(Ilmarinen) 역시 천국의 돔 천장과 삼포를 만든 대장장이라고 전해진다.
핀란드어(Finnish)에서 ilma는 "대기, 날씨"를 의미하는 일반적인 단어인데, 우드무르트어(Udmurt)를 통해 Inmar > Indra 변화의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우 많은 단어가 ra로 끝난다는 사실에서 생겨나는 ar > ra 로의 전환 이후에 비음과 r 사이에 d의 삽입이 요구된다. 이러한 구성은 인드라의 무기를 의미하는 *vaj'ra 에도 적용된다.
원시-서부 우랄어로 "망치", "도끼"를 의미하는 *vaśara는 금속 물체에 대한 외래어이다. 원시-인도-아리아어로 "전쟁신의 무기"를 의미하는 *vaj'ra - 에서 온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전사들의 도끼나 철퇴를 의미했을 것이지만, 북유럽의 전쟁 신 토르(Thor)로부터 '해머'라는 의미를 획득한 것으로 여겨진다(Asko Papola).
일반적으로 이런 고대 이전 언어들을 연구할 때 * 마크를 사용하는 것은 재구성은 되었으나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구성은 아님을 감안하라는 표기이다. 문자도 없던 시절, 오래전에 사라진 언어를 재구성하는 작업의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구성을 통해 '금강'의 어원과 관련한 정보들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인드라의 명칭은 원시-우랄어족의 기후의 신, 천둥과 하늘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온 것으로 여겨진다.
원시-인도-아리아어에서 '전쟁신의 무기'를 의미하는 *vaj'ra는 원시-서부 우랄어 *vaśara의 어원으로 보이며 이것은 "망치", "도끼"를 의미한다.
이러한 명칭은 금강석과 같은 구체적인 광물을 다루기 훨씬 이전에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따르면 인드라신의 무기는 벼락, 천둥번개라는 형태로 그 힘을 가시화한다.
따라서 금강의 어원, 역사적 맥락은 실상 '벼락'이라는 의미를 살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나는 소위 이러한 '관념의 기원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 그런 의미에서 강조하자면 이 아티클의 주제는 '바즈라 즉, 금강'이다.
첫째로,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나는 대다수의 종교가 가진 공통적인 특징과 발생과정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인들에게 국가와 종교, 정치와 신앙은 별개의 것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실상은 그 뿌리부터가 하나로 붙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평소에도 '정치는 현대인들의 종교'라는 표현을 자주 써왔다. 지난 8년 동안 정치권의 사진을 담아오며 다수의 적극적인 지지세력들과 정치인들의 발언과 행동 가운데 일관된 특징을 몇 가지 발견하게 되는데, 재미있게도 이것은 대상을 바꾸면 종교, 신앙과 그 구조가 너무도 비슷했다. 이후에 제임스 스콧(James C. Scott) 교수의 저서나 고대 근동 신화와 고고학 연구들을 통해서 결국 정치의 발생, 국가 규모의 공동체 성립 등에 있어서 '종교'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헬레니즘, 이성주의,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우리가 갖는 현대적 세계관 이전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정치 그리고 종교와 신앙을 분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개념적으로만' 정치 그리고 종교와 신앙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에 불과함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부르는 것을 구종교(舊宗敎)라고 한다면 오늘날 민주주의 기반의 정치는 신종교(新宗敎)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둘째로, 그렇기 때문에 관념의 기원들을 찾아 어떠한 성립의 과정들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점(perspective)을 개발한다면 우리에게 앞으로 필요한 인식과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러한 과정들을 나의 작품 속에 담아 표현하는 것을 기본적인 작업의 방향으로 잡았다. 이러한 기원들에 대한 이해는 곧 우리에게 생각의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 자신의 생각과 별개의 것으로 생각될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거의 보는 것들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가지고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생각해 볼 때 우리의 생각을 구성하는 수많은 관념들의 기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그러한 관념들이 성립되어 온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며 하나하나 이해하는 과정을 갖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들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통찰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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