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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게이트 SG-1 이야기: 외계인은 인류 문명에 개입했는가?

생각의 기원

by Photographer Bhang 2021. 1. 14.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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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떠한 기원과 근원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다. 표면에 드러나는 어떠한 상황의 심층 구조 속으로 들어가면 근본이 되는 어떠한 요소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지성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보는 증거라고 생각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다른 유인원들과 90% 이상의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적설계(知的設計, intelligent design)에 대한 집착은 결과가 있다면 원인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 우리 성향 때문이다. 지적 설계 덕분에 어떠한 복잡한 구조가 결함 없이 작동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 때문에 인간의 본래 형태는 더욱 완전할 것이라는 환상이 등장했다. 세대가 지나고 삶의 방식이 잘못되면서 우리가 병들고 약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잘못된 변수들을 고려한 확증편향의 결과이다. 오히려 복잡한 구조가 나름  작동하는 형질을  보존했기에 개체수 확대에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원래 완벽했던 구조가 서서히 망가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완벽한 개체는 존재한 적이 없으며, 살아남은 개체들이 성공적으로 형질을 보존해 온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이다.

스타게이트 SG-1 오프닝 중

 

서양문명 중심에서 우주를 바라 본 SF명작

1994년에 영화로 만들어진 <Stargate>는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외계 종족 함선의 착륙을 위한 건축물이라는 가설과 함께 시작된다. 함선 외에도 그들이 은하계를 이동하는 이 있는데, 그것은 한쪽 끝과 다른 끝으로 웜홀을 연결하여 사건 지평선 Event Horizon 을 안정시켜 머나먼 공간을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스타게이트 Stargate'이. 지구의 탐사대는 행성 '아비도스' 독재자 태양신  RA 물리치고 사람들을 해방시킨다.

몇 년 후, 이 스타게이트 시리즈는 우리에게 '맥가이버'로 잘 알려진 리처드 앤더슨 Richard Dean Anderson 을 제작자/ 주인공으로 TV시리즈로 만들어지며, 이후 많은 스핀오프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스타게이트는 SG-1, 아틀란티스, Universe, Origin 등의 TV 시리즈로 만들어진다. 

  20여년  당시 스타게이트 SG-1 시리즈에 매료되다. 등장하는 문화들의 원형들에 관해 공부하기도 했고, 그렇게 교양서적 수준으로 쓰여진 이집트 상형문자에 관한 연구, 북유럽 신화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들에 대해 접 기회를 얻기도 하였다. 그리고 20년 가량이 지난 지금은 인도와 고대근동에 관해 공부하면서 우리 문화 그리고 오늘의 '나'와의 접점을 바라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불행히도, 웜홀 worm-hole  물리적으로 사용가능할 정도로 안정된 구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물리학계의 정설이다)

 

고고학과 역사, 언어연구의 발전

인간의 언어가 발달하는 과정에 관한 연구가 무르익을수록 인류의 문명에 외계인이 개입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임을   있다.

인류의 언어 가운데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인도-유럽어족을 예로 보면 이러한 점들을 쉽게 이해할  있다.  언어(인도-유럽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다루어진 부분  하나는  언어가 어디에서 처음 발달하기 시작했는가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고고학자 마리야 김부타스(Marija Gimbutas) 박사는 '크루간 가설' 통해 흑해-카스피해 초원 지역을 인도-유럽어가 기원한 지역으로 보았다. 학계의 다른 가설로는 '아나톨리아 가설' 있는데 현재는 마리야 김부타스의 '크루간 가설'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려지고 있다. 

 길들이기와 인도-유럽어 전파 과정에 관한 연구로 널리 인정받은 데이비드 앤서니(David Anthony) 2007년작 <, 바퀴, 언어 The Horse, the Wheel, and Language> 가운데에 보면 인도-유럽어가 우랄 조어와 영향을 주고 받은 연구가 등장한다. "우랄 조어는 그 사용자들이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삼림 환경에서 살았음을 암시한" 설명은 언어의 복원을 통해 자연환경과 다양한 생활방식을 묘사하는 언어들을 확인할  있고, 이것을 통해 그들이 살았던 환경을 유추할  있게 된다는점을 알려주고 있다. , 언어의 발달 과정에서 또한 그러하여 발생한 지역의 생태계, 자연환경을 묘사하는 단순 표현들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추상관념의 고도화 - 신들의 탄생

어원 연구를 통해서도 문화적 특징들을 알아볼  있는데, 인도-유럽어는 '제식' 중요하게 생각했던 문화가 언어의 매우 초기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산스크리트어'라는 이름의 의미는 '제식(제사)을 위해 준비된 말'이라는 의미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언어가 사용하는 민족이나 사용되는 지역의 이름을 따는 것과 달리 매우 독특한 경우이다. 이것은 또한 산스크리트어가 이동 - 정착(요가 - 크셰마)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유목민들의 언어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언어적으로 같은 뿌리에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구조에서도 다양한 신들이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다양한 관념들의 이미저리 imagery 가 반영된 의인화가 아닐까 싶다.

인도-유럽어 화자들의 문화 외에도 ' god'이라는 관념은 인간의 대뇌발달에서 비롯되는 추상 개념의 발달, 토지와 권리 같은 현실적인 문제의 연결 과정에서 강화되는 경향 보인다는 것은 현재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생각이다. 조상과 나와의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토지와 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는 과정이었다. 조상들 가운데 어떠한 재능이 특별했던 이들은 세월과 세대가 흐르며 이야기가 전례되는 과정에서 특별한 사람들이 되었다. 인류가 가장 오래된 문자를 사용하는 시기는 이미 이들  상당수가 신격화  시점이다. 즉, 조상에 대한 회상과 그 강화가 대다수 문명에서 '신'을 만들어 온 생각의 뿌리였다. 이것은 정착과 농경 사회가 되어감에 따라 분명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도시 국가 규모 이상의 문명이 발생하는 시점이 되면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라 커다란 집단에 어떠한 개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나일강 삼각주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이집트의 경우 지역 방어에 중점을 두었으며, 범람의 시기를 통해 농경을 발달시켰다. 지역 방어가 용이한 이점과 풍요로운 자연환경에서 비롯된 생산력은 사후 세계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달했다. 생활의 여유가 문화를 발전시킨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다양한 조각과 피라미드 건설 같은 상황으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아프간계 미국인 작가 타밈 안사리 Tamim Ansary  스스로를 신으로 여긴 파라오가 감기에 걸렸을  스스로의 상태를 어떻게 여겼을지 궁금하다고 적고 있기도 하다.

사진 (c) 방영문, 고부스탄 암각화 유적 - 어원연구를 통해 보면 산스크리트어에서 '전쟁'을 의미하는 가비스띠는 베다 전승의 뿌리가 유목민들의 문화임을 보여준다. 이것은 문자적으로 '나는 더 많은 소를 원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창조와 종말에 대한 집착

제카리아 시친 (Zecharia Sitchin)과 같은 사람들의 저술이 수많은 이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고고학, 상고사, 인류문명사 등을 결론이 맺어진,  이상 새로운 정보가 등장하지 않는 학문으로 이해하면 안된다. 사학(史學)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정보 자체에 대한 습득기술의 발전, 정보에 대한 해석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정보를 끊임없이 갱신한다. 지질에 대한 탐사 기술, 정치적 문제의 변화, 배경지식의 누적 등으로 끊어진 고리들이 연결되면서 기존 정보의 문제가 지적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난다. 

예를들어 리모트센싱 같은 기술을 통해 고대 수메르의 도시들과 해안선의 변화, 환경  기후가 반영된 논문은 2010 전후로 주로 등장했다. 1995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CORONA 프로그램과 국지적인 KH-7 프로젝트의 사진들을 공개하였고, 이를 통해 고고학계는 엄청난 연구자료를 확보하게된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조금  진전된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역사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최근의 연구자료들을 부지런히 읽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종말론은 수많은 문명에서  흔적을 찾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말론은 신의 계시이며, 앞으로 우리가 직면해야  상황인 것일까? 사실 웃기는 소리다. 

 

 우리는 창조와 종말에 집착하는가?

 수많은 인류 문명들이 창조와 종말에 집착했을까? 나는 가장 합리적인 설명은 창조와 종말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사건보다 인간이 가진 지성의 특징에서  답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부분은 다른 글에서 이미  차례 적었던 내용이지만,  글의 주제와도  연결되기에 그대로 적어둔다: https://bhangyoungmoon.tistory.com/entry/우주는-시뮬레이션이고-자유의지는-없는가

 

우주는 시뮬레이션이고 자유의지는 없는가?

"It also requires the whole universe in order to be itself." - Alfred N. Whitehead 자유의지는 있는가? 이 질문을 위해서는 "우리는 있는가?", "나는 있는가?"와 같은 식상한 질문..

bhangyoungmoon.tistory.com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는 식의 질문은 우주에 대한 의문을 위해 적합하다기 보다 생물이 원하는 것을 획득하기 위해 적합한 질문이다. '첫 번째 원인자'를 찾기 위해 소급에 소급을 반복하는 것은 철학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나무 위에 있는 열매를 따먹는 행동과 다르지 않은 지성의 층위에 있다. 우리가 선형적 인과의 틀 위에서 사고하는 것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물이기 때문이다. 근원 origin 이라는 말이 불필요할 정도로 심오하게 느껴지는 것, 오래 산 생물이 쓸데없이 신비로워 보이는 것은 인간 지성의 뿌리와 층위 phase 가 여전히 유인원의 단계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 외에 의미는 없다.

인지적 표상으로부터 추론하는 능력은 인간 뿐만 아니라 자연계 상당히 많은 생물들에게서 관찰된다. 인간은 여전히 인간의 지능, 인식과 인지 그리고 어떠한 추론과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생각들이 다른 생물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라고 믿고 싶어하지만,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마이클 토마셀로에 의하면 "대형 유인원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장면을 상상하거나 추론하기 위해 범주, 도식, 모델을 활용한다."

이것은 인간의 지능이 "시뮬레이션"에서 발달, 확장되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즉, 어떠한 시도를 하기 전에 그 행위와 관련하여 성공과 실패를 상상하는 것이다. "이렇게 접근하면 저렇게 결론이 난다"는 생각을 발달시켜온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 이것은 시작과 끝의 상정이다. 실상 이것 즉,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건너 뛰어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창조와 종말에 대한 생각의 뿌리다. 우리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언뜻 심오해보이는 이 질문은, '저 나무 위의 열매를 먹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우우우, 우우, 우우우, 우우우" 혹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사물을 응시하는 유인원은 막대기를 하나 집어다가 열매 주변을 두드린다. 창조와 종말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인과'를 고민하는 것은 고등한 지능의 측면이 분명 포함되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인과'에 대한 이해와 그것에 대한 고민은 생존을 위해 먹이를 효과적으로 포획하기 위한 수단의 발전이다. 창조와 종말은 인과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었다.

 

창조를 고민하는 것은 우리가 이 땅 위에 살아가는 의미를 고민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며,

종말을 고민하는 것은 내일 끝날지도 모르는 삶의 무상함을 마음에 새기고 오늘 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매일 같이 길에서 곧 망할 것이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자신이 믿는 멸망의 징조에 온세상 뉴스를 끼워 맞추는 행동에 빠지라는 것이 아니다. 창조와 종말은 우리 스스로를 도덕적이게 하는 것 외의 방향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영락없이 광신과 맹신으로 사람을 끌어들인다. 인과의 상정이라는 지능의 뿌리와 고도화된 추상관념이 뒤엉켜 강력한 중독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광신의 병폐는 오늘날까지도 개인과 사회를 좀먹고 있다.

 

다시 스타게이트로

왜 이 작품은 '서양문명 중심'인?

너무 당연한 내용을 적은 것일까? 그러나  작품 속에는 미국 영어가 우리 은하 전체의 공용어처럼 사용되는 불편한 설 외에도 어떠한 문명사적으로는 '관점의 한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류가 언어의 발전과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언어의 다채로운 발달과 관련해 가장 많은 연구가 된 언어는 '인도-유럽어'다. 유럽의 탐험가들이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를 알게 되면서 인도의 언어들이 유럽의 언어들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놀라워 한 이후, 영국인들이 초기 불교의 팔리어 경전들을 구해 영어로 번역한 것이 19세기에 일어난 일이었으며, 마리아 김부타스 Maria Gimbutas 와 같은 학자가 '크루간 가설 The Kurgan hypothesis (Kurgan theory, Kurgan model)'을 내놓은 것은 1950년대였다. 

언어는 시간이 지나면 엄청나게 큰 변화를 겪는다. 안타깝게도 다양한 언어들을 연구해보면 인류 문명에 외계인들이 개입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스타게이트는 다양한 신화의 원형들을 외계 문명의 유입으로 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지만, 그야말로 즐거운 상상일 뿐이다.

천 년 정도가 지나면 언어는 엄청나게 바뀐다. 인간의 신체구조도 굉장히 많이 변한다. 한 두 세대 만에 영양 상태나 생활 습관 등으로 부모와 자식이 굉장히 다른 체형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한 세대만에 사용하는 언어 습관도 굉장히 달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것을 매체의 발달로 인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언어가 엄청난 속도로 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타게이트 속 란티안 종족을 찾아서

란티안의 언어

SG-1 시리즈에는 주로 '고대인들 ancients'로 불리우는 종족이 있다.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게 발달한 문명을 건설했으며, 이제는 물리적으로 보이는 몸을 벗고 순수 에너지 상태로 존재하는 종족이다. 바로 이들 란티안들이 아틀란티스를 건설했으며, 지구 문명 발전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것으로 이야기 한다. 유럽 신화 속 다양한 인물들이 란티안들이었다는 시나리오가 이어진다. 이를테면, 다른 종족들은 신화 속에 신들로 여겨지는 역할을 했다면 란티안들은 오히려 인류 문명 속에서 섞여 들어와 존재했다는 것이다.

란티안은 시리즈가 도약하는 시점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족이다. 초반 '캡'이라는 지역에서 구아울드(가우울드?)의 유전지식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보호하는 것도 란티안이며, 지구에서 전자렌지와 토스트 부속들로 스타게이트를 구축해 다시 재승천(!)하는 인물 또한 란티안이다. 시즌 후반부로 가면 대니얼 잭슨 박사의 승천과 재육신화(!) 과정 또한 이들 란티안과 관계가 있다. 후에 또 다른 TV 시리즈로 제작되는 <스타게이트 유니버스 Stargate Universe> 시리즈는 란티안에 만든 탐사 우주선 '데스티니'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란티안의 언어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대니얼 잭슨 박사는 '라틴어'를 언급한다. 라틴어와 구조적으로 유사점이 있으며, 아마도 그 언어의 조상 언어가 되는 언어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하는 그 이야기 속에는 서양인들의 전형적인 그레꼬-로망 패권의식이 들어있는 것이다.

PIE 즉, Proto-Indo-European language 의 발달과 관련하여 '스텝이론' 즉, 초원 발생설을 수용한다면 우리는 현재 카스피해, 흑해 북부 초원 지역으로부터 이 언어를 이해해 나가면 된다. 이러한 지리적 정보는 언어 속에 들어있는 자연, 생물들에 대한 묘사들을 통해 얻어진다. 이들 중 상당수가 유목민으로 살았다. 한편으로는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까지 오고 가며 문화를 퍼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단군 신화의 이야기가 우즈베키스탄 같은 곳에서 나타나는 이유는 이러한 유목민들의 역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중앙아시아로 향하면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나라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이들에는 꽤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국가의 이름 중 상당수가 '탄'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탄'은 인도-아리아 계통에 언어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의미는 '땅'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중앙아시아에는 이 스텝 유목민들이 남쪽으로 이주하며 정착한 곳들이 상당히 많으며, BMAC라 불리우는 문화 지역으로 본다. 이들 문화와 인도의 경전인 베다 Veda 의 연관성 또한 다양한 관점으로 연구된다. 

이들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현재 시리아 지역 인근에 '미탄니'라는 왕국이 있었다. 이곳에서 거행되었던 제식이나 계약의 내용들을 조사해보면 이후 인도 신화들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그리스 문명의 근간이 되는 에게 문명이 크레타 섬에서 발생한다. 라틴어의 초기 형태도 이 시기 즈음에 이탈리아 반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언어의 계통은 인도유럽어족, 이것이 이후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와 같은 로망스어족의 생성과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라틴어가 한 사회의 언어로 정착된 것은 기원전 10세기 이전으로 갈 수 없다고 본다. 대략 기원전 6세기 경으로 보고 있으며, 문어가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세기 경으로 추정한다.

바로 이 점이 스타게이트 SG-1 시나리오의 결정적 오류를 보여준다.

문명은 단일 뿌리에서 우월한 누군가에 의해 발달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지닌 구성원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발달한다. 단선이 아닌 그물망이며, 선형적이기 보다 나무의 뿌리와 가지의 관계에 가깝다.

 

란티안, 라틴어 - 로마 문명 우월주의의 산물

언어의 발달 순서를 유추해 보건데, 그리스-로마 문화와 그 언어들은 인도유럽어의 발달 과정 전반을 놓고 보면 그리 초창기가 아니다. 마리아 김부타스가 스텝 이론에서 보고 있는 쿠르간 문화에서의 PIE 발달은 기원전 5,000년까지도 올라간다. 이후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해당 지역의 문화권은 기원전 4,500년 경에 초기 인도-유럽어를 사용했던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게 발달한 인도-유럽어는 이후 시리아, 아나톨리아 반도, 중앙아시아, 이란, 인도 등으로 퍼져 나갔으며, 비슷한 시기에 유럽으로도 들어갔다. 라틴어가 한 사회의 언어로 정착된 것이 기원전 10세기를 결코 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미 기원전 15세기 경에 <베다>를 만든 문명, 적어도 사템과 켄툼의 갈라짐이 있기 전의 한 지점을 찾는 것이 란티안의 언어를 이야기 할 때 더 합리적인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란티안이라는 이름도 다른 이름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란티안'이라는 이름 자체가 그레꼬-로망 패권의식에 젖은 서양인들의 역사 인식을 잘 보여준다. 

핀란드 대학의 인도학자 아스코 파폴라 Asko Papola 교수는 그리스인과 아르메니아인의 조상들은 얌나야 연속체의 가장 서쪽 부분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추정해보면 사템어군을 공유하고 있는 장차 아르메니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장차 그리스어를 말하는 사람들보다 초원 지대에 더 오래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드네프르(Dneiper)강 동쪽의 초원 지대는 아마도 인도-이란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조상 대대로의 고향이었을 것이다. 이쯤되면 라틴어와 유사한 언어를 사용하는 '고대인들'이라는 설정 자체가 대단한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있게 된다. 라틴어는 인도-유럽어족에서는 꽤나 후발주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보면 그렇다.

로마의 문화가 오늘날까지 유럽의 문화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동아시아에서도 고대 중국의 '한'나라의 영향이 큰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로 인류 기원에 큰 영향을 주는 시나리오를 라틴어를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미국 영어가 고등한 외계 종족을 통해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시나리오가 된다. 고대 켈트어에서 미국 영어의 성립까지의 과정은 역사적으로 언어의 변천을 통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며, 그 과정은 약 천 년에 걸쳐 일어난다.

'란티안의 언어' 그리스-로마 문명이라는 서양인들의 자문화 중심의 관점에서 시작된 부적절한 설정일 뿐이다.

역사와 어원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시기, 흔적들만을 조합해서 이해하던 시점에는 소통과 발전의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특정 인종의 우월주의 같은 생각들은 원조논쟁 같은 근거 없는 주장들을 통해 성장했다. 어떠한 사건의 임계점이나 특이점은 분명 있을 것이나그것 자체가 어떠한 문명의 시원이나 특정한 출발점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지능, 문명 그리고 역사에 관한 잘못된 이해가 낳은 생각들이다.

언어와 역사의 연구는 발전을 거듭할수록 단일 뿌리나 단일 기원을 부정하는 증거들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단일민족주의, 단일기원, 단일문화 같은 것들은 어떠한 우월론을 부추겨 타인에 대한 부적절한 차별을 이끌어냄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충분히 이해했다고 믿는다. 이처럼 우리가 '단일'에 빠지고 단일방향적 인과, 원인과 결과, 창조와 종말에 집착하는 까닭은 우리가 고등한 지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유인원과 90% 이상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행복한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토르의 망치 The Thor's Hammer 묠니르 (Mjölnir)

신화를 SF적으로 차용해 재해석하는 시나리오는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특히 게르만 신화에등장하는 토르 Thor  마블 Marvel, DC 그리고 스타게이트 SG-1 등에도 등장한다. 캐릭터에  집중된 마블 시리즈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는 SG-1  경우 토르의 '전차' 등장한다. 벼락, 망치 그리고 전차는 인도-유럽어족 고대 문화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공유되는 이야기다. 토르의 묠니르(Mjölnir)와 인드라의 바즈라(Vajra) 그렇다. 토르의 망치가 인도-유럽어 문화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된다는 점은 북유럽 신화와 인도아리안들의 신화가 공유하는 문화적 뿌리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다.

원시-서부 우랄어로 "망치", "도끼"를 의미하는 *vaśara는 금속 물체에 대한 외래어이다. 원시-인도-아리아어로 "전쟁신의 무기"를 의미하는 *vaj'ra - 에서 온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전사들의 도끼나 철퇴를 의미했을 것이지만, 북유럽의 전쟁 신 토르(Thor)로부터 '해머'라는 의미를 획득한 것으로 여겨진다(Asko Papola). 이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었다: https://bhangyoungmoon.tistory.com/entry/%EA%B8%88%EA%B0%95%E9%87%91%E5%89%9B-vajra-%E0%A4%B5%E0%A4%9C%E0%A5%8D%E0%A4%B0-%EA%B0%84%EC%B6%94%EB%A6%B0-%EA%B8%88%EA%B0%95%EA%B2%BD-%EC%96%B4%EC%9B%90%EC%9D%98-%EC%97%AD%EC%82%AC?category=864330

 

금강(金剛, vajra, वज्र) - 간추린 금강경 '어원'의 역사

<금강경, Vajrachedika-prajnaparamita-sutra>의 이름은 구마라집의 번역인 <금강반야바라밀경 金剛般若波羅密經>을 줄여서 금강경 혹은 금강반야경이라고 부른 것이다. 한반도에 전해진 것은 신라 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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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의 바즈라, 제우스의 벼락, 토르의 망치는 이 내러티브가 벼락을 두려워하는 전형적인 유목민 문화에서 유래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인도, 서남유럽, 북유럽의 문화가 네트워크처럼 연결된다. 여기에 현대적 상상을 더해 발전한 초문명 사회를 그려보는 것은 즐거운 상상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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